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전체
  • 일반뉴스
  • 오피니언
  • 메타TV
기획

비대면진료 제도화 5년후…미래 진료실 가상 시나리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진료 시작 5분 전, 아직도 컴퓨터가 켜지지 않고 있다. 한 시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느냐고 온몸이 땀으로 뒤덮인 박 원장은 이번 고장이 자신의 전자공학적 지식을 넘어섰다는 것을 납득해야만 했다.오늘은 박 원장이 처음으로 비대면진료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날이다. 오늘 새벽까지 어떤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좋을지 찾아보고 이제 설치하려고 했는데 헛고생을 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그는 책상 아래 쪼그려 앉아 전원 버튼을 연달아 누르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박 원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에 어떤 초현실적인 힘이 자신과 비대면진료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는 느낌마저 받았다.오늘은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고 5년째 되는 날이다. 5년은 비대면진료에 회의적이었던 의사들도 플랫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박 원장은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괜히 비대면진료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컴퓨터 고장과 비대면진료와의 상관관계는 없지만, 누구라도 탓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박 원장은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자신이 비대면진료를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떠올렸다. 어제 방문한 권순례 할머니는 박 원장의 의원에서 수년째 당뇨병 치료를 받는 환자다. 그녀는 박 원장이 아들 같다며 그를 살갑게 대해왔는데, 어머니와 사별한 박 원장 역시 그런 할머니에게 애착이 갔다.하지만 할머니는 진료실을 나서면서 "선생님 요즘 무릎이 안 좋아서 비대면진료를 하는 다른 의원으로 옮겨야겠어요. 그동안 감사했어요"라고 말했다.박 원장은 가슴이 철렁해서 "아 할머니 저희도 내일부터 비대면진료 해요. 안 옮기셔도 돼요"라고 답했다.비대면진료를 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컴퓨터가 없으면 아예 진료를 못하는 게 문제다. 박 원장 공식서비스센터에 전화했지만, 대기 인원이 많아 이번 주중에는 방문이 어렵다는 답변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임시휴진 팻말을 내걸고 사설 컴퓨터수리점에서 사람을 불렀다. 원인은 메인보드 문제였는데, 수리점 측이 컴퓨터를 새로 사는 것이 나을 수리비를 부른 탓에 출장비 5만 원만 나갔다.박 원장은 자신에게 닥친 연쇄적인 불행에 기가 막혔다. 다만 7년 가까이 사용해 노인학대 소리를 들어도 싼 컴퓨터였다는 것을 떠올리고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박 원장은 새 컴퓨터를 사기로 마음먹고, 늦어도 이틀 후면 택배가 도착할 테니 그때 EMR업체 직원을 불러 컴퓨터를 세팅하자는 계획도 세웠다.박 원장은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진료실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새 컴퓨터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실수로 배너광고를 누른 그는, 뒤로 가기를 누르려다가 비대면진료 플랫폼 광고가 뜨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어제저녁 어떤 플랫폼이 좋을지 검색한 것을 귀신같이 알고 광고까지 하는 알고리즘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요즘 플랫폼에서 일반의약품이랑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한다던데 이런 식이면 사람들이 꽤 사겠네'라고 생각했다.박 원장은 제도화 당시 갑론을박이 치열하던 비대면진료가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플랫폼 광고는 아사 직전의 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었다. 가뜩이나 플랫폼 자체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웠는데 제도화 과정에서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진 탓이다.의약품 유통으로 활로를 뚫으려던 업체가 있었지만, 기존 유통사와 약사계의 격렬한 반대, 법적 규제에 가로막혔다. 스마트 헬스 디바이스 등 의료기기로 사업을 확장한 업체도 있지만, 초기비용 때문에 흑자는 아직이다.건설사 등 대기업과의 제휴로 건축물에 비대면진료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도 있었지만, 그 기회가 많지 않아 일회성 수익에 그치기 일쑤였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을 통한 일반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면서 업체들은 지금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박 원장은 내친김에 스마트폰에라도 플랫폼을 설치하기로 했다. 마침 광고에 나온 플랫폼이 꽤 호평을 받는 앱이어서 어떤 방식인지도 궁금했다.플랫폼을 둘러보면 박 원장은 탈모·다이어트·사후피임약 진료·처방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을 발견했다. 특히 본인확인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절차가 복잡했는데 이런 식이면 누가 플랫폼으로 처방을 받으려고 할지 싶었다.이 같은 규제는 제도화 이전부터 탈모·다이어트·사후피임약 등에서 오남용 및 의료쇼핑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면서 참여 의료기관이 줄어드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했는데 수가가 인상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대면진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그 결과 대면진료 대비 1.5배 높은 수가가 책정됐다.규제가 생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대면진료 횟수에도 제한이 생겼는데, 의료기관과 의사 1인당 횟수 제한이 동시에 적용됐다. 하루에 의사 1인당 10회. 의료기관당 30회로 제한됐는데 덕분에 비대면진료 전문의원, 배달전문약국, 상급병원 쏠림 현상 등의 논란도 잦아들었다.'아차' 박 원장은 자신이 새 컴퓨터를 고르던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시 쇼핑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컴퓨터를 고르는 일은 플랫폼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개원의가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업체는 많아야 10~20개인데 반해 컴퓨터는 그 가짓수를 셀 수 없었다. 박 원장은 예전에 30~40개에 육박했던 플랫폼업체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결정장애인 본인에게 잘된 일이라 생각하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비대면진료 제도화에서 가장 격렬했던 쟁점인 초·재진 문제는 결국 재진으로 확정된 뒤 산업계에 격변이 일어났다. 과거 30~40여 개에 이르렀던 플랫폼업체들은 제도화 이후 파이가 줄어들면서 그 수가 반 토막 났다. 대형병원이나 보건의료단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플랫폼업체들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웠던 탓이다.환자 DB확보, 편의성 강화, 각종 서비스·이벤트 등으로 무장한 10여 개의 상위권 플랫폼업체들은 살아남았다. 대표성을 가진 보건의료단체와 제휴를 맺으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플랫폼업체가 등장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업계순위도 제도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거 변동된 상황인데, 당시엔 없었던 신생업체가 론칭 후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일도 있었다.다만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재진 기준은 90일이 지나면 소진되는 탓에, 산업계에 대한 당근책으로 1회만 방문하면 영구적으로 재진으로 인정되도록 하는 안이 통과됐다.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자력으로 멈추기 어려운 박 원장의 성격 탓에 결국 컴퓨터 구매는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끝날 수 있었다. 박 원장은 단골 환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비대면진료를 시작하게 됐다.우여곡절 끝에 박 원장은 비대면진료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제도화 이후 비대면진료는 보조적인 진료수단이어서 그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다만 권 할머니를 건강상태를 더 확실하게 체크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었다. 플랫폼으로 당뇨관리법 교육 및 식단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문의 사항에 바로 답변할 수도 있다는 것과 병·의원 예약을 플랫폼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특히 박 원장은 기존에 혈액 등의 검사결과를 따로 전화로 안내해왔는데 그동안은 이를 청구할 수 없었지만, 플랫폼으로 하니 수가로 인정됐다.비대면진료로 박 원장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기는 했다. 이미 알고 있는 환자라고 해도 얼굴을 보지 않고 처방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다만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통과하면서, 비대면진료 의료사고로 인한 책임 문제가 희석된 것은 다행이다 싶었다.다음 날 출근한 박 원장은 어제 진료한 환자를 떠올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한 어린이 환자가 자신과 같은 의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전해온 덕분이다. 박 원장은 손편지를 넣을 액자도 사 왔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인데 비대면진료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처방받을 수 있으니 그게 고마웠겠다 싶었다.'오늘도 열심히 하자'고 다짐한 박 원장은 진료실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거짓말같이 컴퓨터는 켜지지 않았다.*위 기사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5년 후를 주제로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한 내용입니다.  이는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 등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2022-06-28 05:30:00병·의원

선 넘는 비대면 플랫폼…의사들 "의료법 위반 소지 있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의료계가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욱이 해당 서비스가 특정 병·의원과의 제휴를 통해 제공된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18일 의료계에 따르면 A사가 운영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원하는 약 처방받기'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해당 서비스는 특정 질환에 대한 복수의 의약품을 제시하고 환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식이다. 처방 질환은 탈모·다이어트·인공눈물·소염진통제 등이다.A사가 최근 시작한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 화면 캡쳐약을 구매하기 전 진료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이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있는 셈이다.더 큰 문제는 이 서비스가 특정 병·의원 및 약국과 제휴를 맺고 모든 진료·처방 건을 몰아주는 방식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해당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진행 중인 한 개원의는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공지를 받지 못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공급자인 의사에게 참여 의사를 묻거나 이를 통한 진료 건이 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해야 하지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처방하고 있을까. 해당 개원의는 '원하는 약 처받받기 서비스'에 대한 진료 및 처방 건을 담당하는 별도 의료기관이 존재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처방된 의약품을 배송하는 약국이 따로 정해져 있고, 진료 의사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이 부분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면 의사가 약국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국이 먼저 지정되고 병원이 지정되는 형태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식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 화면이 같은 행태는 약사법 제24조에 명시된 유사담합행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법령이 명시한 유사담합행위는 ▲약국개설자와 의료기관 개설자 사이의 사전 약속에 따라 처방전에 의약품의 명칭 등을 기호나 암호로 적어 특정 약국에서만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의료기관 개설자가 법 제25조에 따른 처방의약품 목록 외의 의약품을 처방하여 특정 약국에서만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등이다.이와 관련 업체 측은 해당 서비스가 병·의원과 제휴를 맺고 제공되는 것은 맞지만,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라고 밝혔다.업체 측 관계자는 "여러 병·의원에 연락해 해당 서비스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과 제휴를 맺은 것"이라며 "아직 베타버전이어서 참여율이 낮은 것일 뿐 다른 병·의원의 참여를 배제한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이어 "이 같은 방식이 의료법 위배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같은 의약품을 계속 복용해야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의사결정에 있어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의료계는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의료 쇼핑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와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그동안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이유로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는데, 관련 산업이 규제 샌드박스로 넘어가면서 업체들이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와 관련 한 피부과 개원의는 "탈모약은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이고 다이어트약은 향정신성의약품이라 처방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외국에서 거식증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어 다이어트약 처방은 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다른 개원의 역시 "매번 같은 의약품을 복용하던 환자도 주기적으로 상태를 파악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적정 용량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며 "비대면진료라고 해도 환자와 통화를 하고 상태나 기저질환, 복용 후 반응을 확인하고 추가 처방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비대면진료에 적극적인 개원의들 역시 마찬가지다.이와 관련 현재 비대면진료를 주축으로 진료 중인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조차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원장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업체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진입장벽 및 윤리교육도 포함돼야 한다"며 "현재는 비대면진료가 어떻게 잘 정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고, 이 시기를 놓치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한의사협회 역시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고르도록 하는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본회는 코로나19가 격리 환자가 없어진 직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를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비대면진료는 의료계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로 신속성과 편리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2022-05-19 05:30:00병·의원

코로나 급감한 의료현장…비대면진료 어떻게 바뀌었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코로나19 유행세가 잦아들면서 비대면진료에도 변화가 생겼다. 감기 증상 처방이 주였던 기존 진료가 탈모·다이어트·아토피 위주로 바뀌는 모습이다.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으로 비대면진료를 요청하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다.비대면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한 개원의에 따르면 피크 당시 하루 30여 건에 달했던 비대면진료 요청이 최근 5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통한 환자 보전에 나서면서 요청 건이 하루 10여건을 유지하는 상황이다.환자가 빠지면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도 감소했다. 특히 야간엔 주요업체에서도 진료를 보는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비대면진료만 진행하던 의원도 대면진료를 시작했다. 대면진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에 해당해 보건복지부 실사가 이뤄진 탓이다. 아산케이의원 전경비대면진료를 상정하고 개원했던 아산케이의원 역시 지난달 말 보건소 실사를 받은 뒤, 주 1~2회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면진료를 위한 준비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흡사 사무실과 같던 진료실이 대면진료가 가능한 형태로 바뀌었으며 진료용 침대도 설치 예정이다. 또 접수처를 마련했으며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창고와 비대면진료용 부스도 따로 마련했다. 이밖에 의약품과 소독제, 주사기 등 소모품도 주문했다.비대면진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기존의 비대면진료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약물 오남용 위험이 있는 탓이다.더욱이 비대면진료 형태가 코로나19 진료에서 부작용이 있는 탈모·다이어트약 처방 등으로 변화해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대면진료 환자의 대면진료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비대면진료를 해왔던 의료진들은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플랫폼 바로필과 아산케이의원은 그 일환으로 비대면진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달 28일 체결했다.해당 MOU의 내용은 ▲비대면진료 안전 가이드라인 작성·이행 ▲플랫폼 사용성 향상 위한 상호 교류 ▲비대면 진료 안전 심포지엄 개최 ▲비대면진료 서비스 개선 위한 출판·학술자료 공유 등이다.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은 이 외에도 비대면진료 연구회를 창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주도로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다.현재 15명의 전문의 및 교수가 연구회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아토피를 시작으로 연구 질환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이 원장은 "비대면진료는 재난상황에서의 효용성이 증명된 만큼,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충분한 고민을 통한 수용이 필요하다"며 "다만 비대면진료에 참여해보니 한계가 있어 오히려 대면진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역시 환자 모으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비대면 진료의 활용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05-12 05:30:00병·의원

'비대면진료'만 하는 의원 등장…그가 원격진료 택한 이유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의료계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원가에선 벌써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이 등장했다. 19일 메디칼타임즈는 비대면진료 전문 의원인 아산케이의원을 방문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이의선 원장은 비대면진료에 뛰어든 계기로 코로나19 시국에 의료현장에 뛰어들 수 없어 죄책감을 느끼던 시기를 꼽았다.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고대구로병원에서 근무하던 이 원장은 고된 응급실 현장 업무로 자녀계획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 대신 보건소, 소방청, 중앙응급의료센터 지원업무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건강이 악화해 진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그는 본인의 건강을 지키면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비대면진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이 원장은 "오미크론 여파로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 일을 쉬고 있었는데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책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야간에 근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처음엔 낮에 만이라도 감염병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환자가 필요할 때 본인의 스케줄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스케줄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면서 환자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비대면진료에 매력을 느껴 전문 의원을 개원하게 됐다는 것.아산케이의원 진료실은 일반적인 병·의원과 달리 IT회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 원장은 3개의 모니터와 태블릿PC를 이용해 진료를 보고 있었다. 한 화면엔 여러 개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웹사이트가 띄워져 있고 나머지 두 화면엔 클라우드 EMR 트루닥이 켜져 있었다. 태블릿PC는 환자와의 전화 및 영상통화에 사용됐다.진료 요청을 수락하는 방식은 앱에 따라 다양했다. 닥터나우 등 대부분 플랫폼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를 요청하면, 의사가 이를 차례대로 수락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굿닥은 모든 환자들의 진료요청이 한 번에 뜨고 이를 의사가 골라서 수락하는 방식이었다.진료요청엔 환자의 증상이 명시돼 있다. 의사는 이를 읽고 환자에게 전화를 건 뒤 상담을 통해 더 자세한 증상을 묻고 이를 완화할 방법을 안내한다. 이후 관련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데 처방전은 PDF파일로 출력해 앱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인 경우 DUR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아산케이의원은 20여 개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청구는 일반적인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3~4% 수수료가 발생한다.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이를 대신 받아 의료기관에 돌려준다.아산케이의원 진료실이 원장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덕분이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장애인을 둔 가족,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등 의료취약계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어린 자녀나 장애인 가족들이 애를 데리고 나가려면 마스크를 씌우는 것부터 전쟁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별도로 차량을 빌려 이동하는 데에만 10만~20만 원이 든다"며 "이런 분들이 의료기관에 방문하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계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정부 방역정책에서 소외된 환자를 도운 일도 있다. 한 고위험군 환자가 계속되는 설사를 호소하고 있었는데 병상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원장은 해당 지역 보건소 직원과 통화해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개원에 필요한 초기비용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 이 원장은 보증금과 월세를 제외하고 소방 설비, 전자기기 구비 등에 1000만 원이 안 되는 비용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입지 선정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유사시 대면진료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짚었다.이 원장은 "비대면진료의 장점은 많은 부분에서 자유롭다는 것. 일반적인 의원은 직원 고용 문제도 신경 써야 하지만 본원은 의사만 출근하면 돼 큰 문제가 없다"며 "다른 일정이 있는 날엔 그냥 프로그램을 켜지 않으면 되니 근무 스케줄이 유동적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비대면진료 현장 개원 초기 하루 30명이었던 환자 수가 현재 10명 정도로 감소한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이 원장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청년층 환자들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비대면진료가 규제 샌드박스에 묶인 덕분에 향후 3년간은 관련 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환자 본인확인 절차가 미흡한 것은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일례로 이 원장은 한 환자가 중국인 친구가 아프다며 본인 명의로 약을 처방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일화를 들었다.그는 해당 환자에게 타인의 건강보험으로 의약품을 처방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안내하고 진료 요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이 환자가 다른 앱을 통해 본인이 감기에 걸렸다고 말을 바꿔 다시 진료를 요청한 것을 발견했다.이 원장은 "다른 곳에선 이 환자가 친구의 의약품을 대신 수령하려고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처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재 비대면진료의 확인 절차로는 이 환자가 진짜 본인인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진료기록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동선이 큰 경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의 건강보험 도용 문제는 비대면진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의료현장에서도 문제"라고 말했다.
2022-04-20 05:30:00병·의원
  • 1
기간별 검색 부터 까지
섹션별 검색
기자 검색
선택 초기화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